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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8, 2020

'정치적 외교관' 없어져야 나라 망신 피한다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buahasema.blogspot.com
정상 간 통화에서 언급돼 국격 손상한
뉴질랜드 주재 외교관 성추행 사건
역시 ‘고위 외교관’이 일으킨 문제

특히 정치에 줄댄 ‘낙하산 외교관’
면책특권 탐닉, 직원을 하인 취급
결국 도덕적 해이로 외교참사 터져
호주 정부의 한국 의원 초청 프로그램
의원들 관광 요구로 중단 제보도 받아

[토요판] 표창원의 여의도 프로파일링 ⑭ 외교관 문제의 이면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난 8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및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연합뉴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난 8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필립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항의 및 면담을 위해 방문했다. 연합뉴스
뉴질랜드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 간 통화에서 언급하면서 톡톡히 나라 망신을 시킨 ‘고위 외교관 성추행 혐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이 크게 손상됐다. 우리 외교부가 동남아 국가에서 총영사로 근무 중인 해당 외교관을 본국 송환 조치하고, 다른 한편으론 정식 형사공조 절차가 아닌 언론을 통한 여론전 방식으로 이 사안을 공론화한 뉴질랜드 정부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파장은 일단 가라앉은 상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번 사건의 진실과 향후 처리를 넘어선 ‘구조적 비정상성’에 있다. 우선 외교관 성범죄로 인한 나라 망신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외교부를 포함한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대처와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칠레 주재 우리 고위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장면이 현지 방송의 몰래카메라에 적나라하게 포착되어 칠레 언론의 헤드라인을 대대적으로 장식했다. 2017년엔 에티오피아 대사가 직원 3명을 상대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 한달 뒤 러시아문화원장이 현지 대학생을 성추행한 사건, 그리고 주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이 대사관 여직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권한 뒤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한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러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외교관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전 해외 공관에 대한 점검과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관의 이런 공언이 무색하게도 2019년 7월 일본 주재 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귀국해서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번 뉴질랜드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강 장관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신고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고위 외교관의 성범죄 문제가 최근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되어왔지만, 최근에야 드러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교 참사의 원인은 정치 외교는 한 나라의 얼굴이며 외교관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첨병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외교관이 사명감과 전문성, 애국심으로 무장한 채 고국을 떠나 낯선 타국 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외교관들의 고군분투, 재해나 내전 혹은 코로나19 등 위기가 발생한 나라에서 전세기로 교민과 여행객의 조기 귀국을 성사시킨 외교 성과, 한-미·한-중·한-일 관계 등 치열한 국제 외교 무대에서 국익을 수호해내는 일, 북한 핵 위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평화를 향한 돌파구를 찾아내는 치밀한 전략 등 외교적 성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늘 문제는 ‘일부 고위 외교관’이 일으킨다. 최근 이어진 성범죄 연루자들도 모두 대사, 총영사 등 ‘고위 외교관’들이다. 물론 대다수 고위 외교관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경륜과 전문성, 리더십을 발휘해 큰 외교적 성과를 올리거나 위기에 빠진 재외국민 혹은 한국 기업의 돌파구를 마련해주면서 소속 직원들이나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존경과 칭송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정치에 줄 대고 정치의 영향을 받는 일부 고위 외교관이다. 4년간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접한 교민들의 제보와 민원 등을 통해 파악한 ‘정치적 외교관’들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 차원에서 발생한다. 첫째, 전문성이나 주재국과의 관련성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정무적 인사’로 부임하는 ‘낙하산 외교관’ 문제다. 이들은 애초 주어진 임무와 책임에 대해 무관심하다. 국민과 언론, 수사와 사법기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면책특권까지 누리는 혜택과 권한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특권 의식은 부하 직원이나 인턴 등 자신의 인사권 내에 있는 사람들을 ‘머슴’이나 ‘하녀’쯤으로 인식하기 쉽고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민사회 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유흥과 오락에 탐닉한다. 이런 도덕적 해이와 윤리적 불감증이 통제 범위를 넘어설 때 성범죄, 음주운전, 부패 등으로 인한 ‘외교 참사’가 발생한다. 두번째 문제는, 이들의 관심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국내 정치 및 유력 인사들과의 교분에 있을 때 발생한다. 주재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와의 업무 협력과 교분 형성, 혹은 교민들의 안전이나 이해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 점검, 때로는 유학생이나 여행객에게 닥친 사건·사고에 대한 보호와 지원보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 관료 혹은 각계 유력인사의 방문 영접과 안내, 소위 ‘의전’에 집중하는 이들이 있다. 이 경우 업무와 직원 관리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019년 5월 주미 대사관 외교관이 당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기밀’을 유출한 사건 역시 외교관의 본분보다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중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정치 유력자들에게 줄을 대는 고위 외교관들의 경우 ‘운 좋게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유력인사들에 대한 융숭한 접대의 대가로 더 좋은 자리로의 영전이나 승진을 거머쥐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임무에 충실한 다른 동급 외교관들에게는 좌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게 된다. 이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외교관과 외교 공관 직원들, 교민과 현지 외국 정부 관계자들이 갖게 되는 인식은 결국 대한민국의 국격의 일부가 된다.
2018년 12월4일(현지시각)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클랜드 시내 코디스호텔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2월4일(현지시각)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클랜드 시내 코디스호텔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밖에서 새는 바가지 그런가 하면 국제적 기준은커녕 국민적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혹은 지방의원 등 우리 정치인들이 외국에 나가 제대로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일들도 종종 발생한다. 국민 세금으로 국제 교류 업무 혹은 시찰을 간다면서 외교 공관에 그 나라 정부 부처나 국가기관 혹은 지방정부 등에 방문과 회의 약속을 잡아달라고 요구하곤 나타나지 않는 결례를 범하거나, 아예 대놓고 관광과 골프로 가득 찬 외유를 다녀온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관광가이드를 폭행한 예천군의회 사건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부끄러운 외유 관행은 국내에서만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제20대 국회의원 활동을 하면서 접한 제보를 바탕으로 하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에서 한-호주 우호협력 사업으로 시행하던 대한민국 국회의원 호주 초청 프로그램이 제19대 국회에서 중단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초청된 한국 국회의원들이 호주 정부가 마련한 정부, 의회 방문 및 세미나 등의 일정을 거부하고 관광 일정을 요구해서라고 한다. 외국 공무원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해당 국회의원들이 누군지 알아내 얼굴에 찬물을 끼얹어주고 싶었다.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직후에는 유럽에서 관광가이드로 일하는 익명의 여성 교민에게서 도움 요청이 왔다. 한국 어떤 도시 자치단체장과 산하 체육협회 임원들을 안내해주다가 심한 모욕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파악한 뒤 어떤 조치를 원하는지 묻고 피해자가 신뢰하는 방송사 기자를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사정기관에도 기본적인 피해 사실과 민원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어디에서 어떻게 전달을 받았는지 유럽 현지에서 해당 자치단체장이 180도 태도를 바꿔 피해자인 가이드에게 사과하고, 모욕 및 성희롱 발언을 한 인사가 사죄까지 했다고 피해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피해자는 ‘국가를 위해’ 용서하겠다면서 보도와 징계 요구를 철회했다. 4년간의 의정 생활 동안 권력과 권한, 특혜를 누리는 정치인들보다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일반 국민의 애국심이 훨씬 강한 경우를 많이 접했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할 것이라 믿고 크고 많은 권한과 혜택을 쥐여준 정치인들과 고위 외교관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엉뚱한 짓을 하다가 나라 망신을 시키거나 일반 국민에게 갑질을 하고 범죄적 가해를 하는 일을 접하면 어찌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외교관도 사람이다.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고 범죄를 행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행하느냐일 것이다. 자신이 주재했던 외국 국가원수를 모욕하는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일본이나 밀수와 위조지폐 등의 범죄 행동까지 하는 북한, 음주운전이나 성매매 등 물의를 야기하는 외교관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나라들은 결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의 해외 출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재임기간 중 만났던 여러 나라 국회의원들의 일정과 행태는 그대로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줬다.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이른바 선진국 국회의원들의 일정은 기관 방문과 회의, 공식 면담과 세미나 등으로 꽉 차 있었다. 주말과 휴일 개별 일정은 철저하게 개인 사비로 집행했다. 아무리 소액이라도 사적인 일정을 공적인 출장비로 집행할 경우, 사후에 바로잡지 않는다면 자신의 직위를 잃을 수도 있다며 긴장하고 조심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들은 식당 종업원이나 의원 보좌진이나 국회 청소노동자나 경비원, 누구를 만나든지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었다. 반면에 국회 방문이나 세미나는 의례적으로 짧게 마치고 관광이나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외국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들은 실무자나 노동자들에게 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공적인 일정과 사적인 일정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우리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 때에도 해당 국가 정치인과 공무원, 국민들이 당연히 세밀하고 찬찬히 살펴보고 평가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그들이 우리 교민이나 유학생, 여행자 등을 대하는 태도나 정책에 영향을 준다. 해외 연수 시스템 전면 점검해야 나라 망신 시키고 국민 힘 빠지게 하는 고위 외교관의 성범죄 등 불법과 일탈에는 전조증상이 있다. 해당 공관 직원들과 교민, 그리고 주재국 협력 대상자 카운터파트는 ‘저 사람 저러다 큰일 나지’ 하는 우려를 하고 있었던 경우가 대다수다. 업무에 소홀하고, 하급자에게 함부로 대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낮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음주와 유흥이 잦은 경우들이다. 이들이 유력자와 어떤 관계에 있건, 어떤 정치인과 친분관계에 있건 국익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이롭지 못한 언행을 지속한다면, 나라 망신 시키기 전에 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해외 출장 역시 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일부에선 코로나19로 정치인들의 외유가 원천봉쇄되어 (나라 망신 시킬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을 활용해서 정부 부처, 국가기관, 공기업, 국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에 매년 편성되는 국제협력이나 해외 시찰·연수 예산에 대한 통제와 감사, 시스템 재점검이 필요하다. 꼭 필요한 경우라면 엄격한 통제 아래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성과로 이어지도록 집행하고, 불필요한 외유는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꼭 필요한 출장의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과 예절에 대해 몸에 배도록 사전 교육과 훈련을 철저히 하고 사후 점검과 통제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와 외교가 나라 망신 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표창원: 전직 국회의원이자 ‘범죄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박사가 의원으로서 보고 듣고 겪은 사실과 언론과 정부, 대중 등 정치 환경, 정치인 언행의 동기와 의도 등을 종합·분석해 독자들에게 보고한다. 한국 정치의 병리현상을 해부하고, 문제의 원인을 추적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국회와 정치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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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9, 2020 at 07:5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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