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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27, 2020

[단독] 2년 방치 '라돈침대' 480t, 태운 뒤 일반 매립지에 묻는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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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라돈침대 매트리스가 쌓여있는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중앙포토]

2018년 라돈침대 매트리스가 쌓여있는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중앙포토]

2년 전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침대 매트리스의 폐기물이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일반쓰레기에 섞여 소각된 뒤 매립된다. 환경부는 27일 라돈침대 매트리스 폐기물 처리를 위해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 20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같은 폐기 방침을 정하면서, 비산 먼지와 소각재의 방사능 농도 등에 대해 과학적 실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와 환경 관련 시민단체는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환경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라돈침대 수거 2년만에 처리 방법 담은 개정안 마련

앞서 2018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침대 매트리스 7만대를 전국에서 수거했다. 당시 매트리스 해체 작업을 벌여 스프링 등 오염되지 않은 일반폐기물은 처리했지만, 오염물질이 묻은 속커버·에코폼 등 480t은 아직까지 충남 천안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 창고와 야적장에 쌓여있다. 환경부가 폐기해야 하는데, 처리 기준이 없이 손을 못대고 있다가 이번에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구체적인 폐기 기준과 방법을 담았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그간 폐기물에 포함되지 않았던 라돈 오염물질을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로 항목화하고 '방사능 농도가 그램당 10베크럴 미만인 폐기물'로 명시했다. 처리 방법은 해당 폐기물이 가연성이면 소각 후 매립, 불연성이면 밀봉 후 매립한다.
 

라돈 폐기물, 일반 쓰레기와 섞어 소각…남은 재는 매립

가연성 폐기물은 일반 쓰레기와 섞어 한꺼번에 태우되, 그날 전체 소각량의 15%로 제한한다. 불연성 폐기물은 밀봉한 뒤 지정폐기물 관리형 매립시설에 묻는다. 해당 시설은 사업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 함유 폐기물, 석면 등을 처리하는 곳이다.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의 보관 기준도 마련됐다. 폐기물이 비산·유출·방출되지 않도록 밀봉한 뒤 지붕이 있고 통풍이 잘 되는 격리된 장소에 둬야 한다. 야적할 경우 빗물이 침투되지 않게 방수재질 덮개를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김유경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사무관은 "현재 야적장에 쌓아둔 라돈 매트리스 폐기물의 경우, 법 개정이 완료되면 지자체장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기계로 쓰레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수도권의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기계로 쓰레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시민단체 "소각재엔 성분 고농축…방폐장으로 보내야" 

전문가와 환경시민단체는 환경부의 개정안에 대해 "황당하다"고 반응했다. 이성진 환경보전시민센터 정책실장은 "라돈 폐기물을 태우면 비산먼지와 소각재에는 라돈 성분이 고농축된다는 건 상식"이라면서 "과학적 실증을 통해 소각재에서 검출된 방사능 양이 얼마인지, 인체에 무해한지 여부를 소상히 밝히는 게 먼저다. 무작정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소각재를 일반 매립지에 묻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 정책실장은 "불에 태워 고농도로 응축된 재를 밀봉조차 하지 않고 일반 매립지에 묻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당연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행계획·로드맵 없어…"개정안 실행, 사실상 불가능" 

개정안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각지와 매립지 인근 주민의 반대가 불보듯 뻔한데 환경부가 개정안만 내놓고 별도의 실행계획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역할분담·갈등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개정안만 내놓으면, 결국 대진침대·주민·지자체가 대립하다 폐기물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돈 폐기물 처리 기준을 공론화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시행령으로 뚝딱 만드는 게 말이 안된다"면서 "은근슬쩍 졸속처리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는 "특히 개정안에 주민 동의 절차조차 넣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항의하려해도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개정안대로라면 정부는 아무 데서나 태우고, 아무 매립지나 묻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당초 충남 당진에 모아뒀던 라돈침대를 천안으로 가져오자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시위를 벌였다. [중앙포토]

2018년 당초 충남 당진에 모아뒀던 라돈침대를 천안으로 가져오자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시위를 벌였다. [중앙포토]

 

환경부 "모든 폐기물 처리에 주민과 협의하진 않아" 

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돈침대 매트리스를 계기로 생활 방사선 폐기물이 지정폐기물로 명시돼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라면서 "하지만 개정안 마련에 2년이나 걸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학 실험을 거친 건 아니지만 방사성 농도 등을 고려해 일반 쓰레기와 혼합 소각을 결정했고, 원안위에서도 방사능 안전성 관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주민 동의 절차가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폐기물 처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해당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이라면서 "모든 폐기물 처리에 대해 일일이 주민과 협의하게 돼 있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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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7, 2020 at 0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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