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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여자의 사표
⑦ 40대 여성의 재취업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경력단절을 겪은 주인공이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예기치 않은 ‘2020 코로나19’ 사태로 퇴사 이후 계획이 깡그리 무너진 나는 아이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지내는 생활을 이제 그만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퇴사 이후, 당분간은 회사생활 동안 주로 자학하며 보내느라 갉아먹은 심신을 회복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간 시간을 이용해 걷고 달리고 읽고 쓰려 했다. 몸을 쓰고 두뇌를 채우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기. 쓰고 보니 사치스러운 소망이다. 실제로 그것은 ‘코로나19’로 불가능한 소망이 됐다. 나는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의 쳇바퀴를 열심히 굴릴 수밖에 없었다. 쳇바퀴를 돌리는 중에도 분명 아이들의 살내음이 주는 따뜻함,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들의 말과 표정을 발견하는 설렘 같은 것이 있다. 글 쓸 시간이 부족해 투덜대며, 놀이터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 엄마 네트워크를 곤혹스러워했던 작가 제인 라자르가 그러면서도 “매일 오후 네시가 되면 아이들의 몸이 그리워서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을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양가감정은 오롯이 나의 것이기도 했다. 공백기가 1년이 넘어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해 왔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사회적 관계도 그리워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턴으로 일하던 상담센터가 휴관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도 할 수 없었다. 마침 ‘이거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받는 일거리들이 생겼다.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돌봄과 가사노동을 하는 일개미 신분이었기에 밤에 올빼미가 돼야 했다. 당연하게도 올빼미와 일개미의 삶을 동시에 사는 ‘주경야경’의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게다가 마감을 지키고, 일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느라 다시 돌봄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통장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프리랜서 노동자에게는 연차도, 조퇴도, 야근 수당도, 가족 수당도 없다. 진정한 노동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이건 뭐, 또 나를 갈아 넣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안 돼. 이건 아니야. 정신을 다잡았다. 이럴 바엔 재취업을 하자. 내 일을 정식으로 하는 게 필요한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리하여 ‘구직 전선’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열심히 취업정보 사이트를 뒤졌다. 주변에 입소문도 냈다. “저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전에 하던 일과 완전히 똑같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경력은 살리되 방향은 다른 일.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고용이 안정돼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취업정보 사이트의 구인광고는 주로 신입을 뽑거나 낮은 연차의 경력직을 뽑기에 급여가 한참 떨어졌다.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데 팀장이 그러는 거야.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여성이 조직을 벗어나면 다시 같은 규모의 조직에 들어가기는 힘들다고. 그래서 내가 사표를 다시 집어넣었지.” 기존에 쌓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구직하지 않으면 경력을 완전히 살려서 재취업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슬프게도 나는 네트워킹과 거리가 먼 인간이다. 통계는 내가 새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질이 이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잘 보여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5~29살에 최고점을 찍고 30~34살에 푹 꺼졌다가 35~39살부터 다시 오르는 M자형 곡선을 보여준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정보시스템). 생애주기에 따라 출산, 육아 등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비슷한 구간에서 노동시장을 이탈했다가 이후에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흐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는 논문 ‘여성주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시론’에서 이 M자 곡선과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여성비율이 50%를 넘는 점(55.1%, 2019, 통계청)에 주목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유연한 시간 사용으로 인해 가사와 육아 부담이 있는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제시되어 왔다”며 “전일제 노동을 하는 이상적 노동자상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조직화되고 여성 노동은 주변화된다”고 분석했다. 구인광고 사이트를 스크롤하며 나는 통계가 내 삶과 너무 맞닿아 있어 조금 슬퍼졌다. 리담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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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내 삶과 너무 맞닿아 있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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