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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17, 2020

[단독] 정부의 코로나 방역비 후려치기 - 뉴스플러스

buahasema.blogspot.com
입력 2020.06.18 01:32

영세업체에 결제 미루며 계약보다 낮은 단가 요구

정부가 코로나 해외 유입 방지를 위해 지난 3월부터 '해외 입국자 격리 시설'을 운영하면서 용역 업체 20여곳에 시설 소독·청소·폐기물 처리 등을 맡겨놓고 최장 석 달 이상 용역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역 업체들은 보건복지부 발주에 따라 3월 중순부터 담당 공무원과 구두(口頭) 또는 문서로 계약하고 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 5월 하순까지 맡은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금 지급을 지연했다. 업체들이 용역 대금을 요구하자, 정부는 4월 초 민간 대행업체를 내세워 당초 체결한 계약 단가보다 최대 27%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시간을 끌었다. 전형적인 '단가 후려치기'였다. 자금력이 약한 업체 10여곳은 결국 깎인 단가를 수용했으나, 정부는 그나마도 자신들이 직접 계약했던 3월분 대금은 주지 않았다.

그러던 이달 10일 '정부가 전세버스 기사들에 해외 입국자 수송을 맡기고 돈을 주지 않았다'는 본지 보도〈A1면〉가 나가자, 정부는 11·12일 급하게 3월분 대금도 지급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깎인 단가를 수용하지 않은 나머지 업체 6곳은 17일 현재까지 합산 8억(정부 측 주장)~9억원(업체들 주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해외 입국자발(發) 코로나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는 공항에서 외국인 등 격리 대상자를 선별해 곧바로 전국 격리 시설에 수용하며 시설 관리에 돌입했다. 하루 100~300명씩 입소하는 대형 격리 시설에 방역과 청소, 세탁, 폐기물 처리를 해줄 업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폐기물 처리 업체 '에이스잡' 대표 최윤구씨는 "우리 같은 작은 업체들에 '확진자 발생'은 곧 생계를 잃는다는 의미여서 모두 나서길 꺼렸다"고 했다.

정부는 비용을 더 부르며 이들을 설득, 경기·충남 일대 업체 20여곳과 계약을 맺었다. 본지가 입수한 3월 당시 용역계약서에는 '하루 24시간 상시대기하며 일하면 보건복지부가 일당 30만원에 위험수당 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혔다. 일반 용역 단가의 1.2~1.5배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계약을 위임받아 도장을 찍은 천안시청 공무원은 "당시 정부도 위험한 일임을 감안해 계약 금액을 높게 책정했다"며 "원래 일당 25만원짜리 업무를 30만원에 맡겼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용역비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천안시청 공무원은 "복지부가 차일피일 지급을 미뤄 업체들 손해가 막심했다"고 설명했다. 4월 9일부터 한 여행사가 '위탁 관리 업체'라는 명목으로 정부를 대신해 현장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용역비 관련 업무도 이 여행사가 맡았다. 당초 정부가 업체들과 3월 체결한 계약서 계약기간란(欄)에는 '긴급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라고 적혔다. 하지만 여행사는 정부가 승인한 노임을 원래 수준에서 하루 5만~8만원 정도씩 깎자고 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방역 업체의 경우 위험수당이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위험수당을 뺐다"고 했다.

여행사 제안을 받아들인 업체엔 깎인 용역비가 지급됐다. A 폐기물 처리 업체 대표는 "다들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 그거라도 받겠다는 업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엔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깎인 용역비를 수용한 업체들조차도, 여행사가 끼기 전 정부와 직접 계약하에 일한 기간(3월)에 대한 용역비는 받지 못했다.

용역 업체 가운데 4곳이 5월 중순 직접 보건복지부로 찾아갔다. 15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업체들이 "저희는 100만원이 없어서 죽을 수도, 도산할 수도 있는 입장"이라며 "3월분 용역비만이라도 6월 5일까지 입금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면담에 나온 공무원은 "나는 계약 담당자가 아니다"라며 대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17일까지도 돈을 받지 못한 업체 6곳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미지급 대금은 최초 계약 기준으로 8억원(정부 측 주장)~9억원(업체 측 주장) 규모이다. B 청소 업체 대표는 "우리는 영세 업체라 대금 지급이 1억~2억원만 밀려도 곧바로 부도 위기를 맞는다"며 "빚내서 인부들 일당을 대느라 급한 김에 사채도 3000만원 썼는데 원금은커녕 사채 이자만 70만원씩 내고 있다"고 했다. C 업체 대표는 "선거용 수조원 재난기금 지급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걸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그 돈은 안 아깝고 감염 위험 속에서 일한 일용직에게 줄 9억원은 아깝다는 거냐"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격리 시설 운영 초기 용역 단가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며 "지난달 20일 정부 예비비가 편성된 만큼, 이제는 협상이 안 된 업체들에도 용역비 30% 정도는 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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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7, 2020 at 11: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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