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Monday, November 9, 2020

[SPECIAL] 한국의 말굽을 책임지는 장제사 - 한겨레

buahasema.blogspot.com
‘장제(裝蹄)’란 말의 발굽에 대는 U자 모양의 쇳조각인 ‘편자’를 말굽에 댄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약 80명만 종사하는 직업, 우리나라 3만여 마리 말의 말굽을 책임지는 장제사를 만나러 한국마사회의 ‘말굽 클리닉’에 들렀다.
말에게 ‘수제 기능화’를 만들어주는 직업 말의 품종은 세계적으로 200종이 넘는다. 말의 발굽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장제사는 품종에 따라 가장 최적의 방법으로 말굽을 관리한다. 사람의 손톱과 발톱이 자라듯 말의 발굽 역시 월 평균 8~9mm가 자란다. 따라서 4주에 한 번씩 자라난 부위를 깎고 새 편자를 신기는 것이다. 물론 품종에 따라 발굽을 깎아주기만 하거나, ‘서러브레드(Thoroughbred)’와 같은 경주마 품종에게는 속력을 높일 수 있는 편자를 신기는 식이다. 또한 육상선수가 기능성 운동화를 신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처럼 경주마도 자신의 발굽에 꼭 맞는 편자를 신어야 경주 능력이 좋아진다. 따라서 속력을 내는 게 중요한 경주마에게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면서도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편자를 만들어 신긴다. 반대로 일반 승용마의 경우 사람의 체중을 견디고 오래 걷고 뛸 수 있도록 강하고 튼튼한 제철 편자를 신긴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의 ‘말굽 클리닉’의 내부. 편자를 만드는 작업 공간부터 편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전시장도 마련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의 ‘말굽 클리닉’의 내부. 편자를 만드는 작업 공간부터 편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전시장도 마련했다.
제 것처럼 편안한 편자를 신기는 것이 중요해 장제사는 편자를 만들기 전 말의 걸음걸이를 검사한다. 20m 정도의 시멘트 바닥에서 10~15번 반복해서 걷게 하며 말이 절지는 않는지, 불편하게 걷지는 않는지 확인한 뒤 장제소에 말을 입실시킨다. 먼저 입실한 말의 편자를 제거하고 말굽을 자라난 만큼 깎는다. 앞다리와 뒷다리의 각도가 동일해야 똑바로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각도기를 사용해 네 다리의 수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굽을 깎은 뒤에는 발굽의 정확한 크기를 재고 어떤 쇠막대로 편자를 만들지 선정한다. 사이즈와 소재에 따라 20여 종의 막대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를 고르고 화덕에서 쇠를 구부리고 늘이며 편자를 제작한다. 쇠를 늘일 때는 1200°C, 철을 합칠 때는 1500°C까지 화덕을 가열하기도 한다. 구부린 편자에 못을 박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말굽에 직접 장착하면 완성이다. 굽 하나에 5~6개의 못을 박는데, 신경이 없는 부위에 맞춰 못을 박아야 말이 제대로 걷고 뛸 수 있다. 장제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1급 장제사 신상경
1급 장제사 신상경
“장제는 실력만큼 벌고, 정년이 없는 분야” 1급 장제사 신상경 Q. 전국에 몇 안 되는 ‘1급 장제사’이시죠. 장제 업무를 도제식(직업에 필요한 지식, 기능을 배우기 위해 스승 밑에서 일하는 직공)으로 익히며 어언 37년의 경력을 지니게 되셨는데요. 그동안 장제 업무로 보람을 느꼈던 경험도 많으시겠어요. A. 장제 업무를 하면서 단 한 번도 100퍼센트 만족한 적이 없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이에요. 물론 절룩거리던 녀석의 편자를 고쳐주고, 경주에 우승했을 때는 늘 벅차고 기쁘죠. 하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건 역시 지난해 열렸던 ‘국제 장제사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에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대회인데, 호주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에서 93명의 장제사가 참여했어요. 그중 ‘인터미디어트 블랙스미싱(Intermediate Blacksmithing)’ 부문에서 우승을 했죠.
지난해 8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국제 장제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상경 장제사.
지난해 8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국제 장제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상경 장제사.
Q. 한국은 경마 역사도 짧은 편인데, 역시 한국인은 손재주 하나는 세계적이네요.(웃음) A. 일본만 해도 500명, 미국은 1만 명 이상 장제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워낙 말산업의 역사가 짧다보니 회사에서도 참관만 하고 오라고 말할 정도였어요.(웃음) 하지만 제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모든 종목에 참가했죠. 한국 장제 역사상 가장 높은 등급의 국제대회 우승이었기에 자부심이 있답니다. Q. 그러고 보면 장제는 30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기술이죠. 그런데도 여전히 손수 말굽을 깎고 화덕에 불을 지펴가며 편자를 만드는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 말굽의 모양을 스캔해서 3D 프린터로 만드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 묻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로 3D 프린팅 업체에서 시도해본 적도 있고요. 그런데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러다보니 걸린 시간만큼 또 발굽이 자라고요. 높은 비용은 말할 것도 없죠. 결국 실용성이 적어 재래식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은 살아 있는 동물이잖아요. 생명이 있고 예민한 생물체이기에 교감을 하며 만드는 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지금은 장제사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꼭 졸업해야 하는 학교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A. 경마축산고와 한국말산업고등학교 등 특성화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말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이 있다면 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죠. 한국마사회에서도 2년 과정의 장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장제학의 이론과 말의 해부와 생리, 말 관련 상식과 법규 등을 배울 수 있어요. 3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실무 경력과 자격 요건을 채워 2급과 1급으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최단기간으로 노력한다 해도 1급이 되려면 17년이 걸리는 만큼 숙련도는 말할 것도 없죠. Q. 장제 교육을 제대로 받으려면 한국마사회의 문을 두드려야겠군요. A. 맞아요. 장제 교육에는 훌륭한 교수진, 교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마사회에서 장제 교육을 받는다면 실습할 수 있는 대상이 비교도 안 되게 많죠. 장비며 시설도 가장 최신이고요. 국가 지정 교육 기관이라는 점도 장점입니다. 말산업 포털 ‘호스피아’와 한국장제사협회 홈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보면서 공지를 확인해두세요. 장제사가 되려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강인한 체력도 필요하지만 눈썰미와 부지런함, 손재주가 있으면 도움이 된답니다. 지난해에는 첫 여성 장제사도 탄생했어요. ‘금녀의 직업’이라는 편견은 버리세요. Q.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장제사라는 직업을 청소년 친구들에게 추천하시나요? A. 음…. 저는 평균 40분이면 한 마리의 장제를 마치는데요. 장제비로 9만6000원을 받습니다. 건당 수익으로 받기 때문에 숙련된 만큼 많은 말의 장제를 할 수 있고, 정년이 없어 힘닿는 한 돈을 벌 수 있어요. 꽤 매력적이지 않나요?(웃음) 물론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싶었다면 개인 장제소를 차렸겠죠. 하지만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에서 교육생을 가르치며 기술을 전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주는 게 참 즐거워요. 저는 장제사로 일하면서도 대학원 수의학과에 입학해 졸업했습니다. 장제의 핵심 기술을 제대로 연구하고 전수해서 후대에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어쨌든 모든 친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길 바랍니다. 자신감을 갖고 일단 관심이 생기면 경험해보는 거예요. 본인 적성에 안 맞고 재미가 없으면 포기하더라도 말이죠. 말산업 속 직업이 젊은 친구들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정아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최성열, 게티이미지뱅크

Let's block ads! (Why?)




November 10, 2020 at 09:03AM
https://ift.tt/3pfwiYM

[SPECIAL] 한국의 말굽을 책임지는 장제사 - 한겨레

https://ift.tt/2YpMYAa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