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Saturday, June 13, 2020

'나 지금 기분 좋아요' 날갯짓하며 크는 닭 - 한겨레

buahasema.blogspot.com
[토요판] 현장 동물복지 닭고기가 오기까지
농식품부로부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북 정읍시 세연농장의 모습.
농식품부로부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북 정읍시 세연농장의 모습.
“우린 애초부터 (닭들한테) 항생제를 안 먹였어요. 아들이 산에서 약초를 캐 오고 나는 그걸 달여서 2~3년 그렇게 길렀어요. 사람도 약을 안 먹는 게 좋듯 닭도 이왕이면 항생제 안 먹이고 좋은 닭으로 키우자 했어요.” 전북 정읍시 ‘세연농장’ 김영신(61) 대표는 우리나라에 동물복지 축산 농장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16년 일찌감치 동물복지 농장으로 바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한 동물복지 육계(닭고기) 농장으로 전국 세번째께다. 김 대표는 “당시 이런 식으로 길러서는 앞으로 경쟁력이 없겠다 생각했죠. 당장 비용이 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계속 닭을 키우려면 (친환경적으로) 싹 바꿔야겠다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4734㎡ 규모의 세연농장은 닭 8만5천마리를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맞춰 키울 수 있다. “좋은 닭 기르려 원래 항생제 안 먹여” 지난 11일 찾아간 세연농장 축사에는 8일 된 병아리 7만8천여마리가 깔짚 위에서 놀고 있었다. 편안하게 앉아 발 한쪽을 뻗고 있거나, 푸드덕 날갯짓을 하기도 했다. 식물성 사료가 담긴 급이기(모이통)에 둥글게 모여 모이를 먹기도 하고, 횃대에 올라가기도 했다. “저쪽 보면 지금 날갯짓을 하면서 운동을 하잖아요. 공간이 넓으니까 할 수 있는 거예요. 애들이 날갯짓을 한다는 건 ‘지금 환경이 좋아요’, ‘나 기분 좋아요’ 하는 뜻이에요. 밀사(일반 육계 농장)를 하면 아기 때도 공간이 좁아서 날갯짓을 못 해요.” 김 대표가 설명했다. 소독제로 장화를 헹궈 신은 박희강(40) 관리팀장이 축사 안으로 들어가자 닭들이 주인을 알아보는 듯했다. “아이들(닭) 시선으로 보기 위해 깔짚 위에 쪼그려 앉으면, 아이들이 주인을 알아보고 다가와요. 낯선 사람이면 가까이 오질 않고 확 퍼지면서 도망가죠.” 박 팀장은 말했다. 닭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축사에 하루 두번 사람이 들어가 둘러본다. 만약 축사 내 온도가 너무 더우면 닭들이 입을 벌리고 헥헥거리면서 숨을 쉰다. 더 더우면 날개까지 펼쳐 온기를 내뿜는다. 땀구멍이 없는 닭이 열을 발산하기 위한 행동이다. 십여년째 하는 일이지만 박 팀장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닭을 직접 도태(회복 곤란한 닭을 죽이는 것)하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했다. 박 팀장은 “정성스레 키우는 아이들을 도태시켜야 할 땐 가슴이 아프다. 제가 아는 어떤 농장주는 도태한 뒤 종을 치며 애도 시간을 가질 정도”라고 했다. 동물복지 농장은 닭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스법 등 인도적 도태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김 대표는 종계(씨암탉) 농장을 하다 2009년 화재로 축사를 잃었다. 2011년 축사를 새로 짓고 다시 닭을 기르다 2016년 7천여만원을 투자해 동물복지 농장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공간이 넓어 폐사되는 닭이 적다 보니 소득이 높아졌다”고 했다. 달걀을 얻는 산란계 농장의 닭들은 대부분 ‘배터리 케이지’(닭장)에서 공장식 감금·밀집 생활을 한다. 육계 농장 닭들은 닭장이 아닌 주로 평사에서 자라지만 축산시설 허가 기준치가 일반 농장은 1㎡당 33~39㎏ 이하로, 동물복지 농장 기준치(1㎡당 30㎏ 이하)보다 밀집해 사육되고 있다. 세연농장 닭들은 축사에서 약 28~35일 길러 식용닭을 가공하는 도계공장으로 출하된다. 동물복지 인증 닭고기는 낮은 사육밀도에서 식물성 사료를 먹여, 특수 이동차량으로 닭의 스트레스 최소화, 도계할 때 고통 유발 금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생산 설비가 일반 닭고기와 다르다. 동물의 생명 존중을 위해 이산화탄소 등을 사용해 닭을 가실신시킨 뒤 도계하는 설비를 갖춘 곳은 우리나라에서 몇곳 되지 않는다.
동물복지 생산라인이 있는 닭고기업체 하림 직원들이 계열업체인 동물복지 농장에서 닭을 특수 상자에 담아 도계공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하림 제공
동물복지 생산라인이 있는 닭고기업체 하림 직원들이 계열업체인 동물복지 농장에서 닭을 특수 상자에 담아 도계공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하림 제공
동물복지 육계농장 100곳 중 6곳뿐 농림축산식품부는 3개월여 심사를 거쳐 동물복지 농장을 인증한다. 육계 농장의 경우, 사료나 먹는 물에 항생제·합성항균제·성장촉진제·호르몬제 등 약품을 첨가하지 않아야 하며, 사료에 포유류나 조류에서 온 단백질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동물의 건강 관리가 문서화돼 있어야 하며, 농장주가 동물복지 관련 정기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이 밖에도 조명, 환기, 온도, 소독 등 기준도 지켜야 한다. 전국 동물복지 인증 농가는 2019년 262곳인데 양계 농장이 233곳(89.8%)으로 대부분이며 돼지·소·오리 농장 등은 소수다. 전국 육계 농장 1508곳 중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89곳(5.9%)뿐이다. 정읍/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관련기사

Let's block ads! (Why?)




June 14, 2020 at 07:19AM
https://ift.tt/2UKFuqu

'나 지금 기분 좋아요' 날갯짓하며 크는 닭 - 한겨레

https://ift.tt/2YpMYAa

No comments:

Post a Comment